손주들의 얘기

"道憲이는 自援奉事 하고 있어요."

開闢 2013. 9. 13. 11:09

오늘은 방과후 학습이 없는 탓에 12시 40분에 하교를 하는 날이다.

시간에 맞추어 학교에 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몇몇반의 학생들이 나오고 나서,

2학년 5반 학생들이 선생님을 따라 교실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한 참을 기다려도 도헌이는 나오지 않는다.

학생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손을 흔들어 주던 선생님이

학생들을 모두 보내고 교실로 들어가려 한다.

"잠깐만요, 선생님!" 내가 가까히 다가가며 선생님을 불러 세운다.

"아~ 할아버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등교길에 자주 만나 인사를 하던 사이라 금새 알아보신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우리 도헌이는 왜 안 나오는가요?"

순간 선생님의 얼굴에 당혹감이 살짝 스며들며 얼굴이 붉게 물든다.

"그게 도헌이가 오늘은 좀 늦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방과후 '주산 암산'교실도 쉰다고 하던데요."

"할아버지, 도헌이는 지금 자원봉사하고 있어요. 조금후면 내려올거예요."

하며 얼굴이 더더욱 빨개지며 도망치듯 교실로 향하고 만다.

조금은 궁금하였지만 그대로 밖에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10여분이 지나자 여학생과 둘이서 함께 나온다.

할아버지를 찾아 눈을 뚤레뚤레 둘러 보던 도헌이가 할아버지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인다.

할아버지도 손을 흔들어 답례한다.

"도헌아, 왜 이렇게 늦게 나오니?"

할아버지가 묻자, 도헌이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그냥, 안말해도 돼."

"자원봉사 했다면서?"

"응, 자원봉사했어."

"좋은 일 하였구나. 자원봉사는 어떻게 하는데?"

"할아버지는 몰라도 돼."

"할아버지는 알고 싶은데, 어떤 사람들이 자원봉사 하는데? 모두 돌아가면서 교대로 하는 거니?"

"아니야. 그냥 안말할거야."

하며 도헌이 할아버지한테 뭔가 숨기기라도 하듯이 왠지 거북스러워 한다.

"자원봉사는 남을 위해 도와주는 좋은 일인거야 우리 도헌이 착한 일 하였구나."

할아버지가 그렇게 칭찬의 말을 하자, 도헌이 자건거에 올라 타며

그제서야 도헌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한마디 툭 쏘아 대꾸한다.

"할아버지, 그게 아니야. 숙제 안한 사람들이 남아서 벌로 일하는 거야."

"아니, 우리 도헌이가 숙제 안 한 거 있었니? 언제나 할아버지가 점검했었는데..."

"수요일에 일기장을 내기(제출)로 하였는데, 그러 안 했거든."

"너 일기장 계속 가지고 다졌잖아. 그런데 왜 내지 않은거니?"

"그만 깜박하고 말았어."

"원, 저런, 도헌이가 실수를 하다니, 그럼 선생님께 그렇게 말씀 드리지 그랬니?"

"할아버지, 얼른 가. 나 집에 가서 닌텐도 하고 싶단 말이야."

"다음엔 그런 실수는 하지 않겠지?"

자전거를 출발하며 할아버지가 다짐을 받았다.

"알았어."

"닌텐도는 학원에 다녀와서 해야지."

"할아버지, 나 조금만 놀다 학원에 갈래." 하며 엄지와 검지를 닿을듯말듯 만들어 보인다.

"그러면 20분만 닌텐도 하다가 학원에 가는거다. 알았지?"

"아니, 30분만 할래. 그렇게 해줘."

"알았다. 약속했다."

자전거를 타고 오며 조손간의 대화는 그렇게 일단락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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