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나깨나 '툭 툭'소리가 날 정도로 방안에선 딱지치는 소리가 맴돌고 있다.
언젠가 고무딱지치기를 하다가 갖고 있던 10장을 모두 잃어버리고 기운이 없었던 도헌이가
안쓰러워 하교길에 상점에 들러 고무딱지를 사러 갔었는데 물건이 없었다.
며칠 후 학교에서 실시한 받아쓰기 시험성적으로 100점을 얻어 왔다.
엄마로부터 칭찬을 들으며 갖고 싶은 것이 있거던 말해보라는 전화 메시지를 받고
"엄마, 나 고무딱지 갖고 싶어."
전혀 망서리지 않고 대뜸 전화에 소원을 담았었다.
그 날 저녁에 퇴근하여 돌아 온 엄마의 손에는 고무딱지가 4박스(20*4=80)나 들려 있었다.
도매상에 가서 직접 사왔다고 한다. 할아버지와 함께 시장에 가서 고무딱지를 사려고 했었는데
물건이 없어 구입할 수가 없었다.
도헌이의 감격스런 얼굴에 환한 붉은꽃 한송이가 피어오르는 듯하였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너무 서둘러서 그랬었는지 20여개를 가지고 놀이터에 갔다가 채 몇분도 지나지 않아 빈털털이로 들어오는 도헌이가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도헌아, 고무딱지에 자신이 없으면 그냥 종이딱지나 치지 그러나?"
"할아버지, 나 오늘 처음엔 많이 땄었거던, 그런데 나중에 어떤 형하고 쳤었는데 그만 다 잃어버렸어."
"그것도 좋은 경험이다. 무슨 일이든지 아주 잘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도헌이는 종이딱지를 잘하지 않아?"
" 집에서 많이 연습을 하여 꼭 잃어버린 고무딱지를 모두 따 올거야."
그래서 한 박스를 또 개봉하였다.
사촌 동생 抒潤이를 트레이너로 오늘도 "딱, 딱" 소리를 내며 열심히 고무딱지 치는 연습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었다. 덕분에 공부는 한 발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며칠 후 다시 도전하였던 도헌이 이번에도 많이 잃고 왔다.
20개를 가지고 갔던 봉투에는 9개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도헌아, 안대 붙이고 딱지 칠 때는 서윤이와 함께 가서 고무딱지가 넘어가는지를 잘 확인해 봐라."
지금 도헌이는 오른 쪽 시력이 0.4밖에 되지 않아 잘 보이는 왼 쪽 눈에 안대를 붙이고 하루에 4시간 동안 견디어 내는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다. 0.4시력으로는 고무딱지가 넘어갔는지 제대로 확인을 못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 후로 서윤이는 형아가 고무딱지를 칠 때면 반드시 동행을 하여 형의 곁에 바짝 붙어 앉아서 확인해주고 있는 것이다.
서윤이는 고무딱지 칠 때 뿐 아니라 항상 형의 일상 하는 일에 꼭 함께 참여하곤 하였다. 물론 공부도 형아가 하면 따라서 하고, 놀면 함께 놀고 하는 등 명 콤비가 된 것이다.
서윤이가 함께 한 후로는 도헌이는 그렇게 잃지도 않고 그렇다고 많이 따지도 못하고 그저 현상유지가 되는 듯하였다.
언제쯤에나 고무딱지의 열풍이 잠잠해지려나 공부에도 그렇게 열중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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