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아름다운 落葉으로 남기 위해

開闢 2018. 9. 30. 10:13

오늘 9월 29일은 그리운 개구쟁이 동창들이 모임을 갖는 날이다.

12시 30분에 신대방삼거리역 근처에 있는 '텃밭시래기 식당'에서 모처럼 시골의 정취를 한껏 느껴보고저 아침부터 유독 설레는 마음 간절하다.

샤워하며 거울을 찬찬히 들여다 보니 머리가 벙치처럼 보인다.

이래서는 안돼지, 행여라도 이런 나의 몰골을 보고 동창들이 실망이라도 해서야 되겠는가!

만남의 약속 시간에 아직은 여유가 있어보인다.

이발관을 찾는다. 그런데 가던 날이 장날이라 그래선지 오늘따라 손님이 밴치에 가득 차 있다.

지금 시간이 9시 25분, 다섯 사람이 모두 마치게 되면 한 사람 당 15~20분씩 소요시간을 계산하면 아무래도 1시간은 걸릴 것 같다.

첫 손님은 고맙게도 15분이 조금 넘어서 끝난다. 조급증을 덜어내기 위해 비치된 신문을 읽기로 한다. 간간이 이발의 진행사항을 곁눈질로 체크하면서

드디어 다섯 번째 사람이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10시 13분이다. 이런, '서둘러야 되겠는데' 마음이 바빠진다. 그런데 이럴수가, 남의 속도 모른체 그 사람은 염색까지 하고 있다. 제기럴! 답답해진다. 이번 동창 모임 만큼은 내가 선착순 1위를 꼭 지키고 싶었는데….

이발을 마치고 거울에 비친 내모습이 써~ㄱ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랴~ 공연히 불평을 해서 다른 손님들에게까지 기분 잡치게 할 수 없잖은가. 서둘러 집을 나선다.


신대방삼거리역 1번 출구를 나오니 기다리고 있던 동창들이 반긴다. 아마츄어를 뛰어넘는 카메라맨 중순형, 만능 스포츠맨이자 여행 마니아 인국형, 성실·다정다감한 동석형, 영원한 잰틀맨 용광형이다. 반가웠다. 때마침 재덕형에게서도 연락이 온다. 근무로 인하여 이번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고 전번에 연락이 왔기에 참석을 설득하는 와중에 '교대를 좀 일찍하고 오면 되잖은가'라고 지청구를 놨던터라 궁금해하던 중이었는데 지금 오고 있는 중이란다. 기뻤다. 이어서 마당발이면서 차분한 성격의 회계 달인 내원형이 도착한다. '텃밭시래기 식당'앞에 도착하니 우리 동창들을 알뜰살뜰 챙겨주는 안방마님격인 종신 회장님 병관형과 명동 어깨 스타일 남주형이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다.

회장님이 말한다.

"원래 여기서 모임을 갖기로 했는데 식당이 문을 닫아 '옛골삼계탕'식당으로 모임 장소를 변경하게 되었어요. 미안해요."

그러고 보니 영업을 하지 않은 지 오래 되었는 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모두 '옛골삼계탕'식당으로 향하고 나는 재덕형을 맞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간다. 동석형이 말한다. '동원이도 곧 도착할 것인께  함께 데리고 오소'라고. 지하철 역을 향하는데 늠름한광옥형과 예술가 스타일 대윤형이 걸어오고 있다. 반갑게 악수하고 '옛골삼계탕'식당을 알려주고 지하철로 간다.

재력가이면서도 털털한 모습의 동원형이 도착하여 반갑게 인사하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 어깨를 친다. 돌아보니 천재 음악가 형환형이다. 광주서 방금 상경한 것이다. 형환형의 동창회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재덕형에게 전화하니 '조금 늦을 것 같으니 먼저 들어가 있게'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 셋은 식당에 이른다.

잠시 후에 의리의 사나이 재덕형이 마지막으로 도착하여 오늘의 참석 회원은 13명이 된다.


중순형이 원일형에 대한 이야기를 궁금해 하며 발표해달라고 한다.

원일형은 요즘 악전고투중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노모의 시중을 들던 아내가 갑자기 유방암에 걸려서 수술을 받고 남양주시에 소재한 요양병원에서 요양 중이라 원일형이 빨래, 청소, 식사 등 모든 가사를 도맡아 하면서 직장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 와중에서도 우리가 방문하겠다고 하는 걸 한사코 만류하고 있다. 물론 본인의 프라이드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동창들 모두가 마음속으로 위로의 말씀을 보낸다.

오늘의 화두는 아름답게 삶을 마감하기 위해서는 첫째도 건강이고 둘째도 건강이다.

그렇게 살다보면 아름다운 낙엽으로 남지 않겠는가!

살아 있는 한 우리 모두 인생을 보다 즐겁게 살아보세나.

다시 한번 모든 동창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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