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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화자찬

開闢 2026. 10. 22. 08:54

자화자찬(自畵自讚)

젊은 날엔 세상에
잘 나가는 인물 될 줄 알았건만 돌아보니 잘 나가기는 커녕 밥 잘 먹는 늙은이가 되었구나.

돈 많이 벌겠다고
허리띠 졸라매고 뛰었건만 통장은 그리 두둑하지 않고
뱃살만 두둑하구나.

성공한 친구들 보며
부러워한 적 한두 번이랴. 허나 오늘 가만히 보니 그 친구들도 세월 앞에서는 나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먼저 떠난 친구도 있고 병원 침대에 누운 친구도 있는데
나는 아직 두 발로 걷고 내 입으로 밥을 먹으니 이만하면 장한 인생 아닌가.

젊어서는 밤새 술도 마시고 잠도 안 자고 일을 했건만 늙고 보니 몸뚱이가 "그때 그놈 어디 갔느냐"
나에게 항의하는구나. 허리는 삐걱 무릎은 시큰 어깨는 욱신
눈은 침침한데 그래도 병원에서
"큰일 났습니다" 라는 말보다 "나이 탓입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된다.

그래, 내 몸아.
너도 참 오래 참았다.
내가 부려먹은 세월만 자그마치 팔십년이 훨신 넘었으니, 이제 조금 삐걱거린다고
누가 너를 탓하겠느냐.
고맙다. 참으로 고맙구나.

돈 많은 사람 부러워했고 명예 높은 사람 부러워했고, 잘나가는 사람 뒤를 보며 나도한번 해보자 했건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돈은 사람을 따라가지 않고,
명예도 무덤까지 못 따라가며 결국 따라오는 것은 내 몸 하나, 내 마음 하나더라.

금고 속 돈은 내 대신 병원에 갈 수 없고
좋은 차도 내 대신 늙어주지 않는다.
그러니 오늘은 내 통장 잔고를 칭찬하지 않고 내 몸뚱이를 칭찬하련다.

"야, 이놈아!"
팔십년 훨신넘게 버텨줘서 고마워!
정말 친구 하나 떠나면 가슴 한구석 허전하고 또 하나 병원에 누우면 마음 한구석이 저려온다.

어릴 적에는 누가 먼저 죽을지 몰랐는데 이제 와 보니 하나둘 먼저 가는구나. "친구야, 잘 가거라. 내 차례가 오거든 그때 또 만나자.". 그러면서도 나는 아직 이 세상 구경이 재미있어,
한 발짝 더 걷고 커피 한 잔 더 마시고 맛있는것 한접시 더 먹는다.

저승사자가 찾아오면 슬쩍 문을 잠그고 "오늘은 약속이 있소. 다음에 오시오!" 하고 싶구나.

나에게 박수를,
남들보다 크게 성공하지 못했고
남들처럼 큰돈도 벌지 못했다. 그러나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 내 몫의 삶을 살아왔으며,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아프면 병원도 찾아가며
여기까지 걸어왔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나를 알아주어야지. 오늘 하루만큼은 거울 앞에서서 내 어깨를 두드려 주련다.

"야 이놈아"
참 고생 많았다.
잘난것도 별로 없고
자랑할 것도 많지 않지만, 그래도 팔십중반을 넘겨 아직 이렇게 살아 있지 않느냐. 짝짝짝!
내 인생아, 박수를 받거라.

고맙구나, 나 자신아
젊은 날의 꿈도
세월 속에 많이 사라졌고 친구들의 얼굴도 하나둘 사진 속으로 들어갔으며
내 머리에도 흰 눈이 수북이 내렸구나.
그러나 생각해 보니
참 기특한 놈이다. 울 때도 견뎠고 힘들 때도 버텼으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났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
나와 함께 살아준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 아니더냐.
그러니 오늘은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내가 나에게 말하련다. "고맙구나, 나 자신아." "참 고생 많았다." "아직까지 건강하게 살아줘서
정말 고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손을 번쩍 들어 짝짝짝! 나 자신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노라.

돈은 못 벌었어도
세월은 벌었고 명예는 못 얻었어도
추억은 얻었으며 대단한 사람은 못 되었어도 끝까지 나로 살아왔으니
이만하면 장한 인생 아니겠느냐. 오늘 저녁은 내가 나에게 한턱내자. 밥 한 그릇에 소주 한 잔 대신 따뜻한 커피 한 잔 놓고 "야, 친구야.
여태껏 나와 함께 살아줘서 참 고맙고 그렇게 웃으며 하루를 마치련다.

그래 이밤도 편안히 잠자리에 들자 ~

좋은 글이라 모셔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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