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상상 그 이상의 기막힌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영화 ‘곡성’의 무당굿이나 ‘검은 사제들’의 퇴마 의식은 저리 가라다. 영생계·八仙女·오방낭 같은 샤머니즘 용어들이 실시간 검색 순위 1위다. 부끄러운 時節이다. 드디어 ‘최순실 게이트’에 호스트바 선수까지 등장했다. 막장 드라마답게 대사들도 지저분하다. “능력 없으면 부모를 원망해.” “지금까지 언니(박근혜 대통령) 옆에서 의리를 지켰더니 이만큼 대우 받잖아.” 아주 골고루 국민의 속을 긁어놓는다. 이 땅의 20대는 딸 정유라로 인해 熱을 받고, 중년 아줌마들은 淺薄한 崔氏 때문에 忿怒한다.
솔직히 어디까지 대통령을 믿어야 할지 모두가 멘붕이다. 박 대통령은 “누구에게 操縱받는다는 것은 내 인격에 대한 모독” “靑瓦臺 문서 유출은 國紀紊亂” “(문고리 3인방에 대해) 의혹을 이유로 내치면 누가 내 옆에서 일하겠느냐”고 해왔다. 이 모두가 거짓말로 드러났다. 저마다 “하늘도 속고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소름 끼치는 표정이다. 대통령의 “꼼꼼하게 챙겨보려던 순수한 마음”이라는 해명도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우리 사회는 “박근혜가 최태민 父女에게 완전히 支配당했다”는 괴소문을 믿는 분위기다. 전여옥 전 의원의 證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는 심기를 거스르거나 나쁜 말을 하면 절대로 용서 않는다. 그가 용서하는 사람은 딱 한 명, 자기 자신뿐이다.”
지난 주말 이틀간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光州廣域市에서 學術大會를 열었다. ‘600만 명 憂鬱症 환자의 治療법’이 주제였다. 하지만 전국에서 모인 정신과 의사들은 귓속말로 ‘최순실 게이트’를 주고받기 바빴다. 그들의 분석은 대개 이러했다. “예민한 시기인 11~27세의 청와대 생활이 박 대통령의 自己愛(나르시시즘)를 과도하게 키운 듯싶다. ‘우리 애를 특별 대우하지 말라’고 단속했던 육영수 女史의 서거 뒤엔 누구도 쓴소리를 하지 못했다. 自己愛가 너무 강하면 달콤한 말에 쏙 빠지고 귀에 거슬리는 忠告엔 화를 낸다. 부모님들의 비극적이고도 충격적인 서거도 엄청난 트라우마를 남겼을 것이다. 恐怖와 背信感에 사로잡히면 ‘패러노이드(과도한 疑心)’에 빠지기 쉽다.”
“더 주목할 대목은 1980~98년 長期間의 蟄居다. 오카다 다카시의 『心理를 조작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혼자 孤立된 상황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人物이 持續的이고 反復的인 메시지를 注入하면 심리 조작이 이뤄진다. 스스로 行動할 수 없는 受動的 狀態에서도 본인 意志로 主體的인 선택을 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이미 ‘(矛盾된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던져 거절하지 못하게 하는) 더블 바인드 技法’이나 ‘(情報와 環境을 統制해 생각과 행동을 몰아가는) 터널효과’ 등은 廣告와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인간 심리는 완벽하지 못하다. 미국의 有名人士인 톰 크루즈나 존 트래볼타조차 神秘主義 新興宗敎에 빠진다. 心理 操作은 超自然的 現像이 아니라 科學에 基盤한 팩트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17%로 곤두박질했다. 사실상 정치적 뇌사 상태다. 우리 사회 한쪽에선 위기에 몰린 사건 연루자들의 극단적 선택이나 남북 관계의 끔찍한 변고까지 걱정할 정도다. 어쩌면 이번 사태는 사회과학보다 정신분석학적 접근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한결같이 “대통령이 透明하게 진실을 밝히고 우리 사회가 시스템적으로 움직인다는 確信을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責任總理나 擧國內閣은 그 다음 문제다. 돌아보면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1년도 김황식 총리, 김관진 국방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이 버텨주었다. 모두 친이(李)계가 아니라 후(後)순위로 落點된 人物들이었다. 大韓民國은 결코 나약하지 않다. 지난 50여 년간 民主化되고, 多元化되고, 基礎體力도 튼튼해졌다. 企業과 勤勞者·公務員들이 곳곳에서 묵묵히 떠받친 덕분에 外換危機를 이겨냈고 5번의 레임덕도 무사히 건너왔다. 이제 박 대통령이 어둠 속에서 밝고 환한 길로 나왔으면 한다. 그리고 大韓民國의 底力을 믿어야 한다.
이철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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