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내불왕

開闢 2022. 2. 2. 17:41

?내불왕 (來不往 來不往)?
(김삿갓의 글풀이)

김삿갓이 산길을
진종일 걸어오다가
해거름에
어떤 마을에 당도하니

고래등같은
기와집 마당에 사람들이
들끓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떡을 치고 한편에서는
부침개를 부치고.

김삿갓은 부침개
냄새를 맡자 새삼스러이
허기가 느껴져
옆 사람에게 물어
보았다.

​"무슨 큰 잔치가 있기에
이렇게도 법석거리오?"

마을 사람들은
김삿갓을 나무라듯
대답했다.

​"당신은 내일이
오 진사 댁 진갑 날이란
것을 모르오.

이번 진갑
날에는 본관 사또 님을
모시기 위해서
돼지 다섯 마리와 황소
한 마리를 잡았다오."

​옆에 있는 사람이
퉁명스럽게 한마디
던졌다.

"이 사람아!
사또께서 내일 오실지
안 오실지 몰라서
오 진사 어른은 지금 똥줄이
타고 계시다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오 진사는 며칠 전
사또에게 사람을 보내

이번 진갑 잔치에
꼭 왕림해 주십사는
서한을 보냈는데

사또는 즉석에서 답장을
써 주었다.

그런데 답장의
내용이 온다는 것인지
안 온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쩔쩔매고 있다 한다.

​만약 사또가 온다면
오진사가 동구 밖에 까지
마중 나갈 준비도
해야 되고

사또에게
드릴 큰 잔칫상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딱한
사정이다.

​김삿갓은 은근히
흥미가 동해서
오 진사에게 가서 정중히
여쭈었다.

​"지나가던
과객이올시다.

댁에서 사또의 편지로
무척 심려 중에
계시다고 들었기에

소생이
한번 풀어 볼까 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왔습니다."

​똥줄이 타고 있던
오 진사는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김삿갓을 사랑방에
정중하게 모셨다.

​넓은 사랑방 안에는
사또의 편지를 읽어 주려고
모여온 내로라하는 선비들이
열 명이나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우선
술이나 한잔 주시오."
하고 김삿갓이
한마디 하였다.

​오진사가
손수 주전자를 들고 와서
정중하게 한잔 따른다.

앉아 있던 선비들은
김삿갓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우리가 풀지 못하는
사또의 편지를
너 같은 게 감히 어떻게
풀 수 있다고
술을 덥석덥석 받아
마시느냐고 아니꼽게
여기는 눈치다.

​사또의 편지를 보니
한지로 반절 넓이의

큰 지면에
커다란글씨로
來 不 往
來 不 往
이라는
여섯 글자만이 적혀
있을 뿐이 아닌가.

​김삿갓은 너무도
간단한 데 놀랐으며
눈앞이 아찔해 옴을 느꼈다.

그 문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전연 알 수가 없었다.

​"음...... 매우
기기괴괴한 문장인걸!"

​김삿갓은
우선 생각해 볼 시간적
여유를 갖기위해
천연덕스럽게 그렇게
중얼거려 보았다.

​방안에서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오 진사는 초조해서
다급하게 물어
보았다

​"선비!
사또께서 오신다는
겁니까?
안 오신다는 겁니까?"

​"음.....
사또 어른하고
진사 어른하고는
매우 두터우신 사인가
보구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장난스러운 편지는
보내지 않았을 터인데..."

​오 진사는
만면에 웃음을 피우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가깝다 뿐이겠소이까.
어려서부터
동문수학을 하면서
별의별 장난을 다해온
사이랍니다."

​김삿갓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사또의 편지는 틀림없이
참석하겠다는
사연임이 분명하다는
확신을 얻었다.

​친구지간에
초청을 받고
참석을 못하면 한마디쯤
사과의 말이 있어야
옳은 일인데

그런 빛은
전연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사또께서는
진갑잔치에 틀림없이
참석하겠다고 했으니
영접할 준비를
서두르시죠."

하고 김삿갓은
선언했다.

오 진사는 그 말에
뛸 듯이 기뻐하며 물어본다.
"어떻게 풀이했는데
그런 해답이
나오게 됩니까?"

​김삿갓이
자신만만하게 단언을
내리자

옆에 있던 선비들은
공술만 얻어먹기가
미안했던지
아니면 열등감을 느낀 탓인지
제각기 공박한다.

​"귀공은
그 문장을 어떻게
해석했기에
그런 단언을 내리시오?"

​옛날에 80객 노인이
나이 어린 처녀와
정을 통하여 아들을
하나 낳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노인은
임종이 가까워 오자
가족들에게

'八十生男非吾子'
라는 유서를 한 장
내 보였다.

​유족들은
그 여자에게 유산을
나눠주지 않으려고
쓴거라고 해석했고,

아기의 어머니는
유산을 나눠 받기 위해
라고 해석했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한문이란 그처럼
토를 달기에 따라서
해석이 뒤바뀌는 경우가
얼마든지 많다.

하고 김삿갓은
마침내 정답을
알아내게 되어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싱긋이 웃었다.

오 진사는 답답한
심정을 견딜 수가 없는지
간청을 한다.

"여보시오. 선비!
나는 지금 똥줄이 타다 못해
이제는 간이
타오를 지경이오.

편지 사연을 알고
계시거든 애를 태우지 말고
빨리 설명을 해주시오."

​"하하하,
이 편지는 결코 어려운
내용이 아닙니다.

뜻풀이는
(來不往 來不往)
​"오지말래도 갈터인데
오라는데 어찌 가지않으리''
하는 소리올시다."

​김삿갓의
설명을 듣고 나자 좌중에는
별안간 폭소가 터졌다.

​"과연 듣고 보니
선생의 해석은 귀신과
같으시오이다.

선생 덕분에
만사가 시원스럽게 풀려서
내가 이제야 살아나게
되었소이다.

여봐라,
지금 우리 사랑에는
귀한 선비 님이 와 계시니
술상을 새로이
푸짐하게 차려
내오도록 하여라."

​옆에 있던 선비들도
저마다 감탄을 마지 못한다.
이리하여 김삿갓은
사또의 편지를
풀어준 덕택에

술과 음식을 배불리
얻어먹었고
그 날 밤에는 오 진사 댁
사랑방에서
하룻밤을 편히
지낼 수가 있었다.

​다음 날,
사또의 행차가 가까워
온다는 전갈이 있자,

오 진사는
직접 마중을 나가느라고
야단법석이었다.

김삿갓은
개밥에 도토리 노릇을
하고 싶지 않았다.

​조반을
한 술 얻어먹고 나서
아무도 모르게
오 진사 댁에서 나와,

구름처럼 바람처럼
산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걸음걸음 구름 따라
숲 속에 들어서니

솔바람 냇물소리
옷깃을 씻어주네

뜬세상 사람들
누가 나를 알아주랴

오로지 산새만이
내 마음 아는구나.

​追言: 방랑시인
김삿갓의 유머 한시를
소개한바 복습삼아
재삼 전합니다.

​자지면 만지고
(自知.면晩知.고)

보지면 조지라
(補知.면早知.라)

​즉.자기
혼자서 알고자 하면
늦게 알게되고.

​남의 도움을 받아
알게되면 빨리 알게된다는
유머 한시입니다.

​음력 설 명절 가족가함께
즐겁고 행복하며 코로나 이겨나시고 건강한 시간들 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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