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각해보니 나는 큰 난리 없이 밭 갈며 생을 마치게 되었다. 이것이 첫째 낙이다.
또 극한의 북극도 아니요 혹서의 적도도 아닌 서늘하면서도 따스한 우리나라에 태어나서 사는 것이 둘째 낙이다.
또 백성들은 등이 휘도록 일해도 입에 풀칠하기 힘든데 나는 굶주림을 면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셋째 낙이다.
친구들 간에도 이 세 가지의 낙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원망하고, 하는 말이 '때를 잘못 타고나서 벼슬이 몸에 미치지 않고, 입을 옷도 부족하고 먹을 음식도 풍성하지 못하다.'고 하니 이는 스스로 너그럽게 가질 줄을 모르는 탓이다."
"우리나라 노비제도는 천하고금에 없는 것이다. 한 번 노비가 되면 백세토록 고역을 겪는다. (중략) 옛날에 원 아무개는 자녀들에게 훈계하기를 '자기 일에 부지런하고 남의 일에 게으른 것은 누구나 다 같은 심정인데, 노비는 젊어서부터 늙을 때까지 매일 하는 일이 모두가 남의 일이니 어찌 일마다 마음을 다할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당론은 하나의 큰 옥송獄訟이다. 극악한 사람이 선한 사람을 치고, 매우 어진 사람이 흉한 사람을 배격한다면 모든 사람이 시비를 분명히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옳은 가운데도 그름이 있고 그른 가운데도 옳음이 있으며, 옳은 듯하면서도 그르고 그른 듯하면서도 옳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만 자신의 옳음만 보고 남의 그름만 보기 때문에 당파가 생기게 된다."
"물길 뚫고 포구를 옮기고 뚝 쌓아 조수 막고
염분을 빼내면서 벼가 자라 다 옥토 된다네
마을이 생기고 집들이 바둑판처럼 들어서고
호미질 써레질하면 잡초가 무성할 걱정도 없지"
"누가 산과 뻘 쓸모없다 하였나
황무지가 물결 덮치는 걸 면하는 것 보는데
푸른 바다도 쉬 뽕나무 밭 되는데
좋은 계획 알려주면 꼴 베고 나무 하는 이에게 가보세나"
"관중보다 포숙이 낫다. 관중이 싸움에서 달아나도 겁쟁이라고 여기지 않고, 출사를 해서 인정을 받지 못해도 못났다고 하지 않고, 동업을 하면서 재물을 더 많이 챙길 때에도 탐욕스럽다고 하지 않았으니 얼마나 포용력이 큰가?"
-----李瀷(이익)-----
* 이익李瀷(1681~1763 · 호 星湖) : 조선 후기의 실학자. 본관은 여주이며 아버지가 대사헌을 지낸 명문가 출신이다. 아버지와 형이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죽자 그는 학문의 방향을 실학으로 정한다. 그는 관제 · 전제 · 인사 제도까지 폭넓게 개혁을 주장했으며, 그 사상의 근본은 인본주의였다. 특히 노비제나 적서의 차별 등을 신랄하게 공격했다. 정약용은 "일월이 밝은 것을 아는 것조차 모두 이 선생의 덕택"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남긴 문집으로 [성호사설]이 있다.
-------박찬철 · 공원국 지음[장부의 굴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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