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의 소설집

무릉도원을 거닐다

開闢 2014. 7. 7. 11:33

열차는 쉼 없이 계속 달리고 있다.

그리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마치 구렁이가 담 넘어 가듯이 천천히 그렇게 달린다.

어느새 열차는 암석과 자갈들로 이루어 진 산 등성이를 지나 정상을 맴돌고 있다.

그런데 레일 위를 달리는 열차인데도 아무 소음이 없다.

주위에는 온갖 장난감으로 이루어진 듯 조그마한 동물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손을 뻗치면 금방이라도 손아귀 안에 거머쥘 수 있을 것같다.

아스라한 향기가 심신을 무아지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 멈춘 열차는 우리를 내려놓은체 그냥 떠나가고 만다.

눈에 띄는 것은 하얀 눈으로 도배되어 있는 별천지 뿐이다.

아까 열차 안에 있을 때는 전혀 알 수 없었던 밖앝 풍경이다.

그런데 춥지가 않다. 이렇게 눈이 쌓여 있는데도 손이 시럽다거나 차가운 느낌이 전혀 없다.

여기에 사람이 살고나 있을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주위는 고요하기만 하다.

갑자기 주위가 병풍에라도 둘러워 진 듯한데 어디서 몰려 오는 지

소복 차림의 여성들이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평소에는 체감할 수 없는 황홀한 향기를 물씬 풍기며 주위는 아늑하기만 하다.

"아니, 여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습니까?"

"그럼요, 여기는 신선촌이라고 합니다. 모두 나이가 똑같아서 위 아래가 없는 세상이예요."

"그러면 우리가 연장자가 되겠숩니다 그려"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가 여기에 도착하자마자 같은 연배가 됩니다."

"그럴리가 있습니까?" 하며 함께 온 동료들을 둘러보자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 만다.

"아니, 이럴수가????"

옷차림부터 우리의 외모의 모습이 언제 이렇게 한결 똑같이 변해 있다니!

(우리가 무릉도원이라도 왔단 말인가?)

"여기서는 어떻게 살아 갑니까? 보아하니 주위에 집들도 없는 것 같은데..."

"안내를 해 드릴테니 따라와 보세요."

신선촌의 여인들을 따라가본다.

더러 사람들이 이리 저리 거닐며 손에는 알 수 없는 바통 비슷한 모양의 포장 된 물건을 쥐고 다닌다.

"사람들이 손에 쥐고 다니는 게 무엇입니까?"

"호호호 그것은 자기가 배설한 똥이예요."

"아니, 똥을 포장해가지고 들고 다녀요?"

"그렇지요, 조금 가다가 보면 똥을 맡겨 놓은 곳이 있습니다. 길을 떠나기 전에 거기에 맡기고 갑니다."

"그러면 화장실은요?"

"여기는 화장실이 없숩니다."

"급한 용무가 있을 때는 어떻게 처리하는데요?"

"그냥 아무데서나 주저앉아 처리하면 됩니다. 포장지는 아무 공간에나 비치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지만 전혀 구린 냄세는 맡을 수 없다. 오로지 그윽한 향기만 풍길 뿐이다.

조금 걷다 보니 사원 비슷한 기풍을 풍기는 가건물 비슷한 게 보인다.

건물 곁에는 커다란 북과 채가 달려 있다.

"저기는 뭣하는 곳입니까?"

"신선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곳입니다. 용무가 있으면 북을 쳐서 알립니다."

시험 삼아 북을 치고만다.

그 때 안에서 근엄한 얼굴을 한 인물이 위엄있게 걸어나온다.

"용무가 있는 분은 안으로 드시지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데, 

안내하던 여인이 나서서 해명을 한다.

"이분들은 먼 곳에서 오신 분들이라 여기 풍습을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한참을 걸어가도 집들이 없다. 사람 아니 신선들은 과연 어디서 생활을 할까 생각해본다.

"잠은 어디서 자는 겁니까? 집들이 보이지 않은데..."

"여기는 집이 필요 없는 곳입니다. 아무데나 자기가 있고 싶은 곳이 있으면 거기서 쉴 수 있습니다.

"눈 비 바람이 불면 어떻게 처신을 해야 되는데요?"

"인간 세상에서는 눈, 비, 바람들이 존재할런지 모르지만 여기는 그런 게 없어요."

"밥은 어디서 먹고요?"

"먹고 싶으면 아무데서나 손만 뻗치기만 하면 먹고 싶은 것을 맘대로 먹을 수 있습니다."

"사과가 먹고 싶은데요."

"잠시만요."

안내자가 앞으로 손을 내밀어 사과를 건네준다.

신기하여 사과를 받아서 한입 깨물어 먹어보니 더할 수 없는 천상의 맛이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사과를 얻을 수 있나요?"

"그것보다는 조금 가면 보관소가 있습니다. 거기에 들러 보관할 것과 찾을 것을 확인해야 합니다."

잠시 후에 보관소에 도착하였다. 

[보관소]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고, 관리자는 없다.

"관리자는 없는 모양인데요."

"지킬 필요가 없거든요. 앞으로 자기의 물건을 들고 다니기가 불편하거든 여기에 맡겼두면 됩니다."

"그러다가 남이 내 물건을 가져가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여기서는 아무도 자기 물건 외에는 손을 대지 않습니다."

"모두가 거의 비슷한 모양인데 어떻게 자기 것을 구분을 합니까?"

"맡겨 놓은 물건은 임자 앞에만 나타납니다."

"호오, 그렇습니까? 그런데 아까 똥을 보관한다고 하였는데 그걸 왜 보관합니까? 그냥 버리면 될텐데."

"똥은 자신이 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늙지 않고 항상 여기서의 나이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우웩, 똥을 먹는다구요? 구린내가 나서 어떻게 먹습니까?"

"여기는 구린내가 없습니다. 항상 모든 물건이든지 자연 정화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인간세상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합니까?"

"가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가고싶다는 생각만 하면 그렇게 됩니다."

(아아~~ 인간세상으로 가고싶다)

 

"할아버지!! 자전거 타러 가자!!"

"응? 엉엉엉 아니 이런 이게 꿈이라니... 너무나 아쉽구나... 아~ 무릉도원이 그립구나."

"할아버지, 무릉도원이 뭐야?"

"응 무릉도원은 말이지, 늙지도 않고 항상 맑은 향기를 맡으며 언제까지나 살 수 있는 곳이야..."

"할아버지 나도 함께 가자."

"이녀석아, 너때문에 무릉도원에서 떨어졌지 뭐야 ‥‥‥."

     

'개벽의 소설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전거와의 인연  (0) 2014.07.31
540~64번지의 역사  (0) 2014.07.21
우리 경주할래?  (0) 2014.05.31
孟子의 哲學  (0) 2014.05.29
DREAM  (0) 2014.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