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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사기 32회

開闢 2024. 10. 17. 12:08

       《사마천의 사기 32회》

    ☆여불위는 다시 승상이 되고☆

모초의 안내를 받아 궁으로 들어서니, 문무객관이 도열해 있고 어린 임금 政이 주악이 울리는 가운데 단상으로 올라서고 있었습니다.

사회자의 호명으로 여불위가 단상 앞으로 나가니, 임금은 임명장을 들고 "여불위에게 다시 승상을 제수하노라."고 읽고 그 임명장을 여불위에 전하며 "나는 승상 여불위를 중부(仲父)로 모실터이니, 신민(臣民)은 그렇게 알고 대접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는 어명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한걸음 다가와 "아저씨, 가지마세요."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仲父는 아버지 다음이라는 존칭임)

어린 임금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는것 같았습니다.  13세 어린이가 구렁이 같고 사자 같은 신하들에게 둘러싸여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를 생각하니, 여불위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여불위는 "이 어린 임금이 성장하여 섭정을 벗을 때까지만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진나라를 위해 희생할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이튿날 태후 조희는 여불위를 점심식사에 초대하였습니다. 여불위는 태후에게 "누가  주동하여 소신을 다시 불러들였습니까?"라고 물으니, 자기는 아니라고 펄쩍 뛰면서 "임금이에요. 임금이 하도 서운해 하니까 대신들이 감동하여 움직인 것이지요. 승상의 인덕도 크고요."라고 얼버무렸습니다.

여불위는 조태후가 뒤에서 충동질을 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였습니다.

사실이었습니다.
조태후는 남편도 죽고 없는데 여불위 마저 떠나고 없으니, 망망대해에 돛단배 같은 신세였습니다.

자기가 진나라 출신이라도 위험한 위치인데 더구나 원수 나라인 조나라 여인인데 사자 같은 대신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불안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전남편인 여불위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아들 政을 꼬득여 스승인 모초에게 여불위를 중도에서 다시 불러오게 한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원로들도 거들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여불위는 많은 사람들의 환대  속에 승상의 직무를 다시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태후 조희가 섭정을 한다고는하지만, 세상물정을 모르기 때문에 실질적인 섭정은 여불위의 몫이었습니다.

여불위가 "可"라면 "可"고 "不"라면 "不"였습니다.

여불위는 어느날 중요한 정책과제를 싸인 받기 위해 태후전에 입궁하였습니다.

과제에 관해 싸인을 받고 일어서는데 조태후가 좀더 앉았다가 가라고 주저앉쳤습니다.

"여보 나를 이렇게 내버려 둘거예요. 하룻밤이 천년 같아요."라며 조태후는 여불위의 품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조태후는 32세 정력이 넘치는 나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를 용납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여불위는 "태후마마 체통을 지키십시오.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라며 태후를 제자리에 앉히고 나가려고 문을 밀었습니다. 그러나 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여불위는 "아차! 걸렸구나!"라고 돌아서서 태후를 쳐다보니, 태후는 만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승상 이리 가까이 오시오. 오늘밤은 나하고 보내고 가시오. 우리가 살을 맞대본지가 10년이 넘었소."라는 무서운 소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불위는 눈앞이 캄캄하였습니다.

태후는 불안해 하는 여불위에게 "승상전에는 여기서 바로 퇴청하셨다고 전갈을 해놓았으니, 걱정말고 저녁 드시고 술도 한잔 하세요."라고 간 큰 소리를 하였습니다.

조태후는 배운 것은 없지만 두뇌회전은  빨랐습니다. 여불위는 조태후가 조나라에서 어린 政을 데리고 모진 고생을 하면서 발달된 눈치(센스)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불위는 꼼짝없이 붙들려 그날밤을 태후와 같이 보내고 새벽에 나왔습니다.

만약 이 일이 소문나면 여불위 자신은 죽음에 처하게 될 것이고 조태후도 개망신을 당하게 될 중대한  범죄 행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