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지침서

오멸(五滅)을 잘해야

開闢 2024. 3. 23. 11:33

● 오멸五滅(멸할 멸)

​첫째, 멸재滅財 : 재물과 헤어지는 일입니다.

살아서 마련한 재산에 미련을 두고서는 편하게 눈을 감을 수가 없습니다. 재물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일이 멸재滅財입니다.

둘째, 멸원滅怨 : 남과 맺은 원한을 없애는 일입니다.

살아서 겪었던 남과의 불미스러운 관계를 씻어내야 마음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습니다
남과의 다툼이 있었다면 그 다툼에서 비롯된
원한을 씻어내는 일이 멸원滅怨입니다.

​셋째, 멸채滅債 : 남에게 진 빚을 갚는 일입니다

빚이란 꼭 돈을 꾸어 쓴 것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면 그것도 빚입니다. 살아있을 때 남에게 받았던 도움을 깔끔하게 갚는 일이 멸채滅債입니다.

​넷째, 멸정滅情 : 정든 사람, 정든 물건과의 작별하는 일입니다.

아무리 정들어도 함께 갈 수가 없고 가지고 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든 사람, 정든 물건과 작별하는 일이 멸정滅情입니다.

다섯째, 멸망滅亡 : 죽는 것이 끝이 아니라 죽음 너머에 새로운 세계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신념이 멸망滅亡입니다.

​​이 다섯 중에서 가장 힘든게 정情과의 끊음이 아닐까 합니다.

♥ 멸정滅情에 관하여 전해지는 애달픈 이야기 하나를 소개합니다.

젊었을 적부터 이 진사는 부인인 여주댁을 끔찍이도 생각해
우물에서 손수 물을 길어다가 부엌으로 날라다 주었다. 

동지 섣달이면 얼음장을 깨고 빨래하는 부인이 안쓰러워 개울 옆에 솥을 걸고 장작불을 지펴서, 물을 데웠다.

봄이 되면 여주댁이 좋아하는 곰취를 뜯으러 깊은 산을 헤매고 봉선화 모종을 구해다가 담 밑에 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장날이 되면 이 진사는 여주댁이 좋아하는 검은 깨엿을 가장 먼저 사서 조끼 주머니에 넣었다.

여주댁은 동네 여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단 하루라도 여주댁처럼 살아봤으면 한이 없겠네. 여주댁은 무슨 복을 타고나서 저런 서방을 만났을꼬!”

여주댁도 이 진사를 끔찍이 사랑해서 봄이면 병아리를 서른 마리나 사서 정성껏 키워 이진사의 밥상 위에 백숙을 올리고, 바깥 출입도 없이 남편 이 진사를 하늘처럼 받들었다.

이 진사 부부는 슬하膝下 의 3남 1녀,  모두 혼례婚禮를 치루어 주고 맏아들 내외와 함께 살면서 귀여운 손자와 손녀도 두었다.

살림살이는 넉넉하고 속 썩이는 식솔도 없어 이 진사는 오십 초반의 나이에도 얼굴에 주름 하나 잡히지 않았다.

친구들은 거의 모두가 젊은 첩妾을 얻었건만
그러나 이 진사는 오로지 여주댁 뿐이었다.

이 진사는 오늘도 저녁상을 물리고 장에 갔다가 사 온 검은 깨엿을 품속에서 꺼내 여주댁 손에 건네며 다정하게 웃으면서 손을 잡았다.

며느리, 그리고 사위에다 손주까지 보았건만 여전히 이 진사 부부는 내외간에 금슬琴瑟이 좋아 밤이 뜨겁다. 땀에 흠뻑 젖은 여주댁이 베갯머리 송사로,

“한평생 서방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 소첩은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 "이제는 첩을 얻으셔도....” 하면,
이진사는 그때마다 입맞춤으로 아내 여주댁의 입을 막았다.

어느 날부턴가, 밥맛이 없다며 상을 물린 이 진사는 외출하고 돌아와 저녁상도 두어숟갈 뜨다 말더니 그날 밤 잠을 못 자고 한숨만 쉬었다.

이튿날부터는 사람이 달라졌다. 여주댁이 찬모饌母를 제쳐 놓고 정성껏 차려 온 밥상을
간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던져서 뜨거운 국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여주댁은 팔에 화상을 입었다.

한평생 말다툼 한번 없었던 사이에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그 점잖던 이진사의 입에서 천박한
욕지거리가 예사로 튀어나왔다. “저 년을 데리고 한평생 살아온 내가 바보 천치지!”

한집에 사는 맏며느리 보기가 부끄러워
여주댁은 홍당무가 되었다.

이 진사는 이제 잠도 사랑방에서 혼자 자더니 어느 날, “첩 살림을 차렸으니 찾지 마라!”
이 한마디를 남기고는 집을 나갔다.

여주댁은 눈물로 나날을 보내더니 어느 나라부터 인가 이를 악다물고, “그 놈의 영감탱이 눈앞에
안 보이니 속 편하네.“ 하며 생기를 찾았다.

집을 나갔던 이 진사가 한 달 만에 돌아왔다.
손자 손녀들과 아들 내외가 맨발로 마당을
가로질러 반겼지만 여주 댁은 방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 진사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눈이 벌겋게 충혈充血이 되었고 몸은 앙상하게 마른 채
얼굴빛마저 검게 변했는데 복부腹部만 팽만膨滿하게
솟아올랐다. 그러더니
3일만에 이승을 하직했다.

정나미가 떨어진 여주댁은 사십구재 四十九齋 내내 눈물도 나지 않았다.

가장이 된 맏아들이 삼베 두건을 쓴 채 장을 보러 갔다 오더니 제 어미 방에 검은 깨엿을 놓고 갔다.

한입 깨물다가 눈물이 쏟아져 여주댁은 보료 위에 엎어졌다.

봄이 되자 맏아들이 곰취를 한 바구니 가득 따왔다. 그리고 봉선화 모종을 가져와 담 밑에 심었다.

여주댁이 맏아들을 불러 앉혀 놓고 다그쳤다.
그 때까지 딱 잡아 떼던 맏아들이 마침내 털어놓았다.

“아버님께서는 의원으로부터 불치不治의 죽을병이라는 말을 듣고 情정을 떼려고 어머니께 그렇게 모질게 대했던 겁니다.”

“저에게 당부를 하시더군요.”
“장에 가면 검은 깨엿을 사다 드리고, 봄이 되면 곰취를 따다 드리고,
담 밑엔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꽃, 봉선화를 심으라고…”

여주댁의 대성통곡大聲痛哭에 맏아들도 목이 메었다.

오늘날 우리 곁에 이렇게
지고지순至高至純한
부부 사랑이 존재할까?
이혼離婚, 별거別居,
졸혼卒婚이 무슨 유행병
처럼 만연蔓延한데...
과연 해로동혈偕老同穴
(한평생을 같이 살다 같이 늙고, 죽어서는 같이 무덤에 묻힌다)
하는 부부가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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