恩祉와 줄넘기
은지는 지금 신암초등학교 1학년이다.
벌써 오래전부터 학교에서 '줄넘기'를 선물 받아 학생들마다
줄넘기를 생활화하며 매일 줄넘기 연습을 한다고 한다.
은지는 여름방학이 거의 끝나가는데도 아직 줄넘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한 번 넘고 나서 쉬었다 다시 한 번 넘는 식이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이번 여름방학부터 사촌동생(1살 적은)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그 동생이 무려 한 번에 여러번을 넘기는게 아닌가.
은지가 그걸 보고 나서 자극을 받았는가 제 줄넘기로 시도해 본다.
그러나 아무리 해봐도 두 번을 잇지 못한다.
동생은 무려 10회를 거뜬히 넘기도 하는데...
은지의 용쓰는 노력이 안쓰러워 할아버지가 거들어 본다.
"어? 은지야, 은지 방금 두 번 넘었다."
"‥‥‥" 은지가 할아버지를 쳐다본다.
할아버지가 최면을 걸어 본 것인데 이상하리만큼 효과가 크다.
"은지야, 은지는 몰랐니? 금방 은지가 두 번 넘었거든."
은지가 기를 쓰고 다시 줄넘기를 시작한다. 한 번씩 또 한 번씩...
그런데 반복하던 은지가 얼떨결에 두 번을 진짜로 넘고 만다.
"할아버지, 또 두 번 넘었다."
은지의 얼굴이 붉어진다.
"은지야, 우리 밖에 나가서 줄넘기하자." 넓은 공간으로 나간다.
은지가 따라 나선다. 빌라 주차장의 빈 공간에서 연습을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지칠 줄 모르고 계속 줄넘기에 여념이 없다.
엥~ 은지가 어느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점점 회수를 넓혀간다.
"은지야, 벌써 15회를 넘었네. 이제 좀 쉬었다 하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은지다.
"은지야, 깊은 숨을 쉬어보렴. 코로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쉴 때는 입으로 길게 뱉어 봐."
들숨은 짧게 날숨은 길게하는 이른바 '출장식 호흡법'을 써서 심호흡을 하게 한다.
은지가 심호흡을 한 후 다시 줄넘기를 시도해본다.
우와! 29회나 회수를 늘려 좀전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래도 은지는 멈출 줄을 모른다.
어느새 태권도체육관에서 돌아 온 오빠도 줄넘기를 가지고 와서 실력을 뽐내고 있다.
도헌오빠는 쌩쌩이까지 잘도 넘는다.
"은지야, 이젠 그만하자. 너무 오래 하면 피곤해지거던."
할아버지가 만류해 보지만 도시 멈출 줄을 모른다.
그러다가 한 쪽 코에서 붉은 방울이 뚝 떨어지고 만다. 코피다.
"저런, 어서 집으로 들어가자." 탈지면으로 코를 막아 지혈을 시킨다.
옷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목욕을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었는데도 또다시 줄넘기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은지가 드디어 여름방학 동안에 큰 일을 해냈구나. 학교에 가서도 자랑거리가 생긴거야."
은지가 자신있게 말한다.
"나 앞으로 100개도 넘을거야."
"아무렴, 100회도 넘고, 쌩쌩이도 넘고, 외발로도 넘고, 뒤로도 넘길 수도 있게 되지..."
줄넘기에 재미를 붙인 은지가 아침에도 저녁에도 줄넘기를 계속한다.
할머니를 따라 시장에 가면서도 줄넘기를 가지고 다니며 걸으면서 줄넘기를 한다.
줄넘기에 진력하다보니 식욕도 왕성해져서 식사시간이 기다려 진다.
집념이 대단하다. 처음 배우는 것이 어렵지 기본을 알고 나면 금방 몸에 익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