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블르로드)
사랑하는 아내가 회원으로 있는 '강동 한마음산악회'의 일일 회원으로 산행을 결심했다.
'현충일'이라서 아들 며느리들이 쉬는 날이라 손주들에게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 아내가 갑자기 컨디션 난조가 되어 그 여운이 아침까지 이어져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파스를 붙이고 약을 먹는 둥 소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한 번 예약한 산행을 포기할 수 없었다.
지정한 장소에서 기다리니 삐까뻔쩍하는 관광버스가 앞 유리창에 [한마음산악회]자막을 명멸시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차에 오르자 천호에서 타고 오신 여러 회원분들과 회장, 총무님이 반겨주셨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인사를 하고나서 지정해주는 자리에 앉아 가게 되었다.
명일, 고덕, 상일 등에서 회원들을 태우고 드디어 차는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게 되었다.
회장님의 간단한 안내 말씀에 이어 격려의 박수가 물결을 이루었다.
오차식 기사분이 새차를 사서 오늘 처음으로 운행한다고 하였다. 아닌게 아니라 광이 나드라니.
모든 회원분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차내 아침 식사가 제공되고 얼굴을 튼 회원들끼리 담소하며 즐거운 여행은 이렇게 하여 시작 된 것이다.
오늘의 등산길은 경북 영덕에 있는 '해파랑길(블르로드)'로 해변을 걷는 등산코스인 셈이다.
오보리에서부터 걷기 시작한 등산 행렬은 회원님들의 알록달록한 옷차림에 의해 그림같은 풍경을 빚어내기도 하였다.
확 트인 바다의 끝과 하늘이 서로 맞대어 있는듯 저 멀리 수평선은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아스라하기만 하였다.
구름이 태양을 가려 직사광선을 피하게 해주고 파도가 실어다 주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씻어주는 등 날씨도 우리에게 축복을 전해주고 있었다.
해변의 모래밭을 걸을 때는 신발을 벗어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가까스로 참느라 애먹었다.
가끔 등산로엔 늪과 같은 습지대도 있어서 메마른 신발을 적셔주며 반기고 있었다.
오보해수욕장을 지나고 노블리방파제를 거쳐 해녀조각상을 감상하고 석리 방파제를 지나니 넓다란 바위 무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서 회원님들이 따로 준비해 온 도시락들로 상을 차려 막걸리에 곁들여 먹는 맛은 임금의 수라상보다 더 맛이 있었다.
경정해수욕장을 지나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조형물을 거치는 동안 해변에 죽 늘어 선 구멍이 숭숭 뚫린 커다란 바위 산들이 신기하기만 하였다. 제주도나 울릉도의 해변에서 보는 흑석, 괴석들과는 또 다른 경이로움을 뽐내고 있었다.
15km의 해변길을 걷는 또 하나의 재미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손잡이 역할을 하는 조형물들이 각지지도 않고 부드럽게 손 안으로 들어오도록 얇은 타원형에 마름모형을 조합하여 만들어 둔 것이 썩 마음에 들었다.
죽도산블로로드 다리가 저만치 보이는 지점에서 내리기 시작한 빗방울이 처음엔 한방울 두방울하더니 나중에는 세차게 몰아치고 급기야는 번개에 이어 꽈꽝! 마치 폭탄이라도 터지는 듯한 뇌성벽력은 여성회원들의 '어마야!' 비명과 함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프로회원들은 비 올것을 대비해 미리 휴대해 온 우산을 펼쳐들었지만 미처 준비를 못한 초보회원들은 그냥 비를 주룩주룩 맞으며 행군을 감행할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죽도산블르로드다리를 건너 최종 목표지점에 도착하여 미리 연락하여 둔 식당에서 영덕의 특미인 물회에 소주잔을 곁들이는 맛갈스런 정찬을 갖기도 하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 산행에서 모든 등산의 경험을 전부 한번에 겪어 본 것 같다.
산도 오르고, 바다도 보고, 해변의 모래밭도 걷고, 늪도 걷고, 비도 맞아보고, 관광도 하는‥‥‥.
산악회원으로 등산을 하는 처음의 신참으로써 느끼는 소회는 오늘 함께 동고동락한 모든 회원분들과 동료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비록 주역은 못하더라도 옵저버로 계속 참여하고 싶으다. 앞으로도 좋은 여행지를 선정하여 많은 회원들의 참여가 이루어져 더 좋은 이미지의 '한마음산악회'가 되어 줄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